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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부모의 관심이 학교를 춤추게 한다 (부천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권혜정)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5.07.21 조회수 2596

학부모의 관심이 학교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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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정 씨는 어릴 때부터 결혼 후 지금까지 심곡본동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다.

올해 불혹인 그녀는 스스로 별로 잘난 것도 없는 평범한 학부모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호기심 많은 중학생 아들과 똑 부러지는 초등학생 딸을 둔 평범한 학부모이기도 하지만, 학부모 대표로서 부천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잘난 학무모이자,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역사를 교육하는 강사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부터 그녀는 본의 아니게 치맛바람 휘날리는 학부모가 되었다. 4년 전부터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학교일을 열심히 하면, 선생님들께서 제 아이들을 좀 더 예뻐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운영위원을 맡았어요. 그렇게 시작은 극성스런 엄마였는데, 막상 학교일을 하다보니까, 아이의 학교이기도 하지만, 제 모교이기도 하지 않는가, 좀 더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하하하

개교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천남초등학교는 소사구에서 매우 유서가 깊은 학교다. 권혜정 씨의 아버지, 고모, 삼촌이 다녔고, 그녀 자신은 물론 아이들까지, 3대가 동문인 부천남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자리는 그녀에게 막중한 임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교육자치의 풀뿌리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심의자문기구다. 1995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설치 근거가 만들어졌고, 1996년부터 각 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교장이나 교감을 비롯한 교원들 위주로 운영되던 폐쇄적인 학교 운영이 학부모, 지역 인사가 참여함으로써,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진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은 교장을 제외한 학교의 교원 대표, 학부모 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들로 구성된다. 운영위원회의 공식적 회의는 일 년에 여섯 번 열리는데, 학사 일정에 관한 것부터, 소풍이나 수련회, 급식, 교과서 선정, 학교의 예산 편성 및 결산까지 참여한다. 사실상 1년 내내 학교일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부천남초등학교는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급식을 하고 있어요. 올해로 벌써 3년째에요. 당시 부천에서 친환경급식을 시행하고 있던 학교가 두 곳이 있었는데, 운영위원회에서 그 학교 사례를 보고 곡식부터 바꾸자고 이야기했어요. 원래 정부미와 잡곡을 섞어서 밥을 지었는데, 지금은 정부미 대신 친환경 쌀로 바꿨어요. 급식비 부담이 한 달에 1,500원 늘어났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죠. 그런데 요즘엔 무상급식을 하니까 급식비를 내지 않아서 좋아요.”

그녀는 운영위원회에서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 영역을 넓히는 만큼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더 좋게 바뀐다는 신념으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지난해 아들이 전교회장이 되었는데, 다른 부모들의 눈에 엄마 덕분에 아이가 전교회장이 된 것이라고 비춰질까봐 걱정이 많은 것이다.

부모가 설쳐서 아이에게 누가 되는 경우도 있는 거 같아요. 아이가 잘해서 칭찬을 받아도 엄마 때문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거든요. 한번 씩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왜 하나 싶어요. 그래서 학기 초 학부모 총회 이후, 오히려 아이 교실에 안 찾아가요. 제가 운영위원장이다 보니까 담임선생님께서 불편해 하지 않으실까 싶어서요.”

아들이 전교회장으로 선출된 후에, 자신이 운영위원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도 될 텐데, 수줍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마음이 곱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학부모는 아이와 학교 사이의 징검다리

 

학부모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지난해부터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부모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어서, 학부모들이 단체 활동을 해도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오전에 아이들 교통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 활동과 모니터링,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회비를 걷어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학부모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를 두고 그녀는 지원금 덕분에 교육소비자로서 학부모의 권리를 더 잘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학부모들이 학교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모가 학교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아이가 잘못해서 선생님께 혼나고 오면,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의 말만 믿어요. 제대로 정황을 파악하기에 앞서 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써요. 그러면 다시 이 문제는 학교로 내려옵니다. 선생님과 전화 한 통화하면 되는데, 일은 꼬일 대로 꼬여버리죠.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열린 마음을 갖고, 학교에 나와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학교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천남초등학교는 학부모와 교직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봄, 가을 두 차례에 거쳐서 단합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봄에는 아이들이 수업이 일찍 끝나는 수요일에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가을에는 등산을 한다. 교직원과 학부모가 함께 단합대회를 하는 학교는 부천에서 유일하다. 권혜정 씨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교장, 교감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교직원과 학부모 상호간에 소통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아이들의 자기주도적인 삶에 대한 고민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의 딸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로 딸아이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식탁 위에 카스테라 있지? 쿠킹호일에 싸여 있는 것은 고구마야. 먹고 싶은 거 우유랑 먹고 영어학원 다녀와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천상 다정다감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요즘 권혜정 씨의 최대 고민은 교육환경교육방식이다. 아이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제대로 준비된 교육철학을 들려준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스케줄을 십 분 단위로 관리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재량권을 줬단다. 자기주도 학습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 아이가 다니던 학원을 대부분 정리했고, 올 여름에는 영어캠프 대신 부모 없이 중국 여행을 보냈다. 큰애가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를 둘러보는 길림성에 다녀왔는데, 문화재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보고, 매우 가슴 아파하더란다. 그녀는 일주일간의 여행을 통해 아이의 생각이 훌쩍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겨울에는 아이 아빠와 둘이 배낭여행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에 회사 면접보고 합격 문의 전화를 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부모라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황당한 일이에요. 사실 제가 일하기 전까지는 십 분 단위로 아이 스케줄을 관리했어요. 중동이나 상동에 좋은 학원 있다고 하면 보내고 그랬죠. 4학년 때 정말 아들 녀석과 피터지게 싸웠어요. 학습지를 시켜놓으면 그게 얼마나 하기 싫었는지 한쪽, 한쪽 풀을 발라서는 풀을 쏟아서 이게 붙어서 못한다고 하고, 한 장씩 뜯어서 몰래 버리고, 잃어버렸다고 하기도 하고……. 완전 전쟁이었죠. 그러다가 놀라고 하면 닌텐도나 컴퓨터 하고 그러다가 끝나요. 예전에 우리들은 소꿉놀이하면 친구들끼리 역할 정하고, 풀 따고 요리한다고 그거 빻아가면서 몇 시간을 놀았는데, 그러지도 않잖아요. 그렇게 공부시키니까 받아들이는 것도 수동적인 것 같고, 그러다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는 것 같아서 영어학원과 검도장 빼고는 다 정리했어요. 그랬더니 할 게 없으니까 뭐 해야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할 게 없으면 키라도 크게 잠이라도 자라고 했다니까요. 하하하.”

현재까지 그녀의 자녀교육은 매우 성공적인 듯 하다. 아이들이 일등은 못해도, 자기 스스로 시간을 정해서 공부하고, 책보고, 잘 놀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자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오자, 스스로 제발 학원 좀 보내주세요.”라고 했다니, 이 정도면 매우 성공한 교육이 아닌가.

지금도 권혜정 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공부하기 싫으면 딴 거해도 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누가 시키거나 부모의 등살에 떠밀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목표를 빨리 설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이 아이에게 학교에 다니는 거 행복하니?’라고 묻더라고요. 아이가 .’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너 일등은 아니구나?’라고 그래요.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대신에 혼자서 여행도 다닐 수 있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즐길 줄도 알고, 운동도 열심히 해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아이에 대해서 물어보면 자신이 잘못한 것을 빨리 인정하고 뉘우친다고 합니다. 엄마들이 한 발짝씩 물러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의 자녀들이 모든 학부모들이 소망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삶을 성취할 수 있기를!

 

무상급식, 그리고 교육명품특구 소사만들기

 

대화를 마칠 무렵 무상급식에 대한 그녀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 부천시에서는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 급식비 9만원을 내지 않아서 좋지만, 학교운영위원장으로서 어느 정도의 차별적인 무상급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초등학교의 경우, 유난히 양극화가 심해요. 부천시 교육지원청에서 1억원을 지원받아서 소외받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해요. 저학년은 저녁 여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돌봄 교실을 운영하죠. 그런데 이런 혜택을 받을 수 학생들이 차상위 계층까지로 제한되어 있다보니, 어떤 분들은 역차별 이야기를 해요.”

부천남초등학교의 경우 한 부모 가정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다문화 가정도 많은 편인데, 이런 아이들의 급식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제한된 예산에서 무상급식을 지원해서 다른 지원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그녀는 교육예산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녀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의무교육이 단순히 교육비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OECD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교육을 포함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

18대 국회 후반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천시 교육환경에 대한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학교 순회간담회를 통해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났었다. 그 때마다 교육명품특구 소사만들기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했었다.

부천시, 특히 소사구 관내 초중고교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소사구에 살고 있는 인재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그녀의 바람과 다르지 않았다. 하나 같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즐거운 소사구, 학교를 보내는 부모들이 행복한 소사구를 갈망했다. 소사구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그녀의 치맛자락은 더욱 휘날려야 한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일으키는 바람이 교육명품특구 소사를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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